|
 移民 三代記(이민 삼대기) 허연 머리칼,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 한 줄기 바람이 가볍게 목례한다. 그 적, 고운 이끼색 띤 놋수저 가락 허리춤이 무겁고 고단한 뱃길 비릿한 갯내음에 어린 밥줄기 뒤집혀 애처로이 시달리며 발 붙인 전라도 땅. 하얀 이밥 놓인 상 높기만 하여 아래로 아래로 숙인 고개 더 자라나지 못하고 양친 고생 하 불쌍하여 피 맺히던 가슴 더는 펴지 못하고 한 줌 몸 갈아 얻은 뙈기 한 뼘 합방에 해방에 여린 마음 무디어지고 세월은 덧없으니 50년 전쟁엔 처자에 전답 걱정이라 글방소리 곁눈질 섧던 기억 턱에 닿는 힘겨움으로 도회공부 시킨 자식들로 지우고 가슴에 수수히 바람소리 외롭던 타향살이 철들어 한평생 늘려낸 정든 전답과 키를 넘는 자식놈들 그 훈훈함속에 쇠잔한 삭신 녹아드니 어느 덧 황혼이라 스치고 먼저 간 이들 살아온 걸음자리 휘감으며 곁동무하려 들고 한 주먹 세상 가늠질에 드세던 감정 이제금 눅눅히 잦아들으니 어느새 추레한 모색으로 뒷등산 너머 양지백이 한 평 땅만 오지게도 눈에 밟힌다. -an rosa-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