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뭍의 기둥을 핥으며
바다는 꽃잎같이 스러져 누워있다.
쾌활한 낯빛으로 반가이 달려들까 해도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권태롭다.
하얗게 끓어 넘치는 파도
혈연의 끈끈한 유대감속에
그리움을 축으로
제들끼리 손목 잡고
일렬로 다가와서는
어우러져 뒹굴다가
제풀에 모래속에 잦아들고 만다.
남겨진 발자국 새로
많은 이야기들 두런 두런 고여 있는데
잠시 옛 精 담아와 잘박대던 물은
그 남은 정마저 사정없이 흔들어 지워버리고
야속하게도 시침떼고 물러나 있다.
山갈대 하나 낯설게
손에 꺾어들고 서성이던 사람
아무러나 사랑을 외워 보는데
어느 사이 어둠이며,
아! 안개만 짙어가는 밤 포구
술이나 한 잔
욕이나 한 입
오늘도 여일하게 취한 꿈을 게워내고
뻣뻣한 목 젖혀 쌔한 아픔 쓸어 올리니
저기 저 망초꽃 같은 새벽별
부지런한 아침을 마련하며
물 젖은 눈등 토닥여준다.
an ro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