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림자 돋아나는 한낮을 지나
검어 검어 길게 자라나면
낯선 어머니,
색스런 치마 벗고만 있는
세상 반나마 천지 잡것들의 계집들
난(蘭) 하나 가꾼다.
2
뭣도 모르고
어둠은 발끝으로 오고
속없이 땅자락에 고개 디밀고 눕고
속도 모르고 달은 희끔한 웃음이나 끄실리고
뭣도 모르고
속없이 한줄금 싸래기는 지분대쌓고
속도 모르고 애기들은 쑥쑥여서
꽃들로 하나씩 피어나고.
3
하늘 한 모서리 뻘건히 낯 붉히며
쓰잘데 없는 業보따리 챙기고 보면
속절없이 밤은 스러져간다.
an ro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