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께!
수녀님, 항상 소식 드려야지, 하면서도 왜 그렇게 게으른지 모르겠어요.
눈에 보이는 사람만 보고 사는 이 둔함이 항상 제 숙제입니다.
부활절 보내시느라 바쁘셨을 터에, 어느 사이 성모의 밤을 준비하시는군요.
시간은 그렇게 계획안에서 가는데 세월을 그저 보내며 그 계획 안에 들기를 희망합니다.
수녀님과의 공간적 거리감을 넘어서 외로움을 전해 받으며
영적 존재로서 그 외로움은 고마운 것이라 느꼈습니다.
수녀님,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외로움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저만이 하느님께더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양 투정을 부리고 지내왔지만
오히려 그 감정의 넓은 폭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수녀님, 오늘 어린이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덕진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며
콜로새서의 그리스도의 찬가를 외우고 왔습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수녀님, 진정 저는 제 역사 안에서 그분을 만난 그날이 은총입니다.
원하던 학교에 못 가고 성심학교에 가게 된 그 좌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습니다.
요즘에 저는 신앙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어떤 모습일까 하고 자주 생각합니다.
아마 하늘을 지르는 교만함과 스스로애 대한 자존감 결여의 양극안에서
아주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으리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수녀님께서 보시기에도 그렇지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음을
이제 감히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이 깨달음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누구나 하느님 앞에서 진정한 단독자로서 외로움의 존재이지만
얘수님과 더불어 그 외로움 안에서 행복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저는 많은 감정의 사치 안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언제나 그분의 자녀로서 그분의 따뜻함을 입어 담대하게 살 것입니다.
가슴 먹먹한 아픔은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전이하여
그 먹먹함의 깊이만큼 진한 사랑을 살겠습니다.
수녀님,늘 기도 안에서 수녀님과 만나고 있음을 기억하시고
건강하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뮌헨 땅을 채우시길 바라며
화창한 오월의 덕진 공원의 하늘과 바람을 전합니다
이천구년 오월 어린이날에 로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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