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아카시아 향기 가득한 가운데 성모님의 은총이 한층 그윽해지는 오월이구나. 언제 그렇게 자랐는가, 하느님의 큰 선물을 받아 그저 기쁘기만 했던 그날, 얼마나 큰 놀람과 떨림속에 너를 만났었는지 지금도 그 경이롭고 벅찼던 느낌을 새롭게 기억한다.
고물고물 자그마한 몸,부서질 세라 만지기도 겁났으며, 밤에 칭얼대며 보채기라도 할라치면 혹 아픈 것은 아닌가 겁을 먹고, 정작 아플 때에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같이 울며 밤을 새었더니 어느사이 눈도 마주치고,제법 옹알이도 마련하고 기를 쓰고 뒤집기 하겠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겨우 엎드렸을 때 큰 박수와 환호속에 즐거운 웃음을 안겨주었던 너희들이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 소식에 황망하게 쫓아간 병원 응급실 앞에서는 어찌 그리 무능했던가, 의사들 앞에서 한없이 약한 부모가 되어서 가슴 졸이며 종종종 애가 탔더니 어느사이 여름날 오이 호박 크듯 쑥쑥 자라나 이제 부모 키를 넘어서 든든하니 참 대견한 너희들이란다.
사랑하는 딸아 아들아! 한때는 엄마 아빠도 네들처럼 부모의 기쁨이었고 희망이었으며 아픔이었지만 그 곁을 떠나 이제 너희들 부모로 자리하고 있으니 화살 같이 빠른 세월 안애 어른 됨을 돌아볼 때 감사함과 아울러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하며 살아왔는지 너희에게 미안함을 앞세워 고마움을 전한다.
함께 고민하고 같은 눈높이로 대화하기보다 그저 철없는 어린 아이라고만 생각해서 언제나 철들까 한숨 쉬며 안타까워 했던 적도 있었고, 네들 생각을 헤아리기보다 일방적인 주장을 강요하여 짜증내는 너희 표정을 보면서 또 야단치기도 했지. 그러면서 우리도 다 그 과정을 지나와서 잘 안다는 짐작으로 깊이 맘 나누지 않고 그냥 넘기고 말았지.
그렇지만 아이들아,우리는 정말 좋은 엄마 아빠이고만 싶었단다. 무엇이나 좋은 것만 보게 하고 좋은 것만 먹게 하고 좋은 것만 입게 해서 너희들에게 행복을 알게 해주고 싶었단다. 나는 그리 못해도 내 자식만은 그리 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리의 부모 마음이었다는 걸 이제 와서 부모가 되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마 너희도 그 부모가 되면 또 알아지겠지. 아니,지금도 너희는 우리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을 거야.
한참 사춘기에 접어들어 너희들이 감정 변화를 잘 조절 하지 못함을 안다. 또 무엇이 옳고 그름을 너희들 스스로 잘 알고 있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음에 속상해 하는 것도 안단다. 엄마 아빠는 그런 너희들의 반항 아닌 반항을 야단칠 때 저 맘 깊은 곳에는 응원과 격려를 담고있음을 기억하거라. 잘 자라가고 있구나 하고 말이야.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이제 네들 그만큼 자라서 하느님 안에서 충실히 살고 있음에 부모된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더 기쁘다. 우리가 언제까지 네들 곁에서 보호자로 살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너희들에게 힘과 용기가 될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음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르겠다. 세상에 나가서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힐 때 그 어려움이 발판이 되어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너희가 되기를, 그래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하느님을 모시고 예수님과 성모님의 그 따뜻한 품안에서 언제나 기쁘게, 늘 기도하면서 모든 일을 감사하며 산다면, (데1서5장 16~18절) 더불어 훗날 네 자녀들에게도 이 신앙을 물려준다면 얼마나 큰 복이겠느냐.
살다보면 좋은 때도 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당할 때도 있으니 그때에도 늘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기억하거라. 그리고 오늘 하루가 긴 인생을 엮어가는 한 고리가 됨을 생각하여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가 되어보자. 아침에, 눈부신 날을 선물해주신 하느님께 긴 기도는 못하여도 '안녕하세요 하느님!'하고 찬미인사드리고, 서로 사랑하며 살라 하는 예수님 가르침을 오늘 우리 실천에 옮겨서 한가지라도 선한 일을 하며 잠자리에 들기전에 감사로 하루를 마감하도록 하자.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주님과 더불어서 여기 네 부모도 있으니 너희는 그 사랑을 받아 먹고 잘 키워서 네 자녀들에게도 꼭 이어 전해주기를 바란다. 늘 네들 곁에서 기도하는 부모가 있음을 기억하고 오늘도 내일도 활기에 찬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어 가렴. 사랑한다,우리의 딸아, 아들아,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