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스크랩]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rosary 2009. 12. 14. 14:41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작가-

함민복 시인은 현재 강화도 동막골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 원짜리 허름한 어촌에서 시와 열애중입니다.

갑갑하면 하루 종일 뻘밭을 걸어 다니면서 소라 대여섯 마리 잡아다가

술안주와 한 끼의 반찬으로 삼으며 날마다 말랑말랑한 시들을 바다에서

건져 올립니다.‘가난과 불우가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고 가도

몸을 다 내어 주면서 뒤통수 긁는 사람’

한민복 시인은 딱딱한 문명의 도시를 떠나

지금도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며 부드러운 자연과 교감하고 있습니다.

삽짝 문을 열면 바닷물이 집안 마당까지 쏴아 하고 쏟아지는 동막골에서...,

                                                          -鐵香-

*함민복 1962~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등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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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창비 1996년


 
 


 

배경음악/J' Ai Me - T.S.Nam

 

 
출처 : 한국 가톨릭 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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