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수녀님!

rosary 2011. 10. 21. 17:48
 ( 2011.10.19 17:57 )

 

가을입니다, 수녀님!
참 오랜만이죠?
그동안 싸이 비밀 번호를 잊어서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번호 바꾸고서는 한참동안 들여다 보지 않는 통에 그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옛날 번호로 바꾸었습니다.

며칠 전에 메노포즈란 뮤지컬을 보았는데
제 이야기였습니다.
까막까막 건망증에 늙어가는 중년여성이 되어
이리 맘은 젊은이인 양 살고 있으니
이 부조화를 어떻게 낯 익힐까요.

수녀님 건강하신가요?
얼마나 많이 추우세요?
또 근황은 어떠신가요?
궁금함이 많네요.

저는 항상 그대로 살아갑니다.
여일한 듯 하지만
매일이 다르고
또 다른가 하면 또 그렇고
그게 하늘로 가는 여정인가 합니다.

지난 주일에는
천호 품안길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안드레아가 현양회 회장이 되어서
지난 달에는 전신자가 본당의 날 행사로
솔뫼를 다녀왔고
이번달에는 가까운 천호에서 도보 순례했지요.
가을 햇살 안에 담겨있는 풍경과
가상칠언의 묵상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서
참 좋은 순례가 되었습니다.

수녀님,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님과의 관계,이웃과의 관계
그 모두 한결같이 해야 한다 생각하지만
내 성향만 늘 한결같아
오늘도 돌아보게 됩니다.
만나는 사람안에서
얼마나 나는 따뜻한 사람이 되었을까요.

힘들게 끌고 가는 한 할머니의 수레를 밀면서
혹 과장된 몸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병실에서 초라하게 누워있는 노인들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대했는지,
일에 급급하여 놓쳐버린 것들은 없는지,
반성하는 시간입니다.

매번 수녀님께 소식을 드릴 때마다
마치 고백 성사하듯 저를 보여드리게 되니
이 공간이 너무나 감사한 장입니다.

수녀님
오늘도 제 일방적인 정을 다 쏟아놓고 갑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다시 뵙는 날 기쁨으로 포옹합시다!!

 

 

 

( 2011.10.20 22:06 )자꾸 뒤돌아 보게 되는 계절이지요.
낙엽이 쌓인 숲을 걸으면서
지나 온 시간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그리 아쉬운 것도 없었고
그리 힘든 것도 없었던 것을 보면
그분의 사랑 안에서
무탈한 날들이었음에 감사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이기적인
삶은 아니었는지 싶습니다.

3년을 살았습니다.
돌아갈 시간을 계산에 넣어 보지만
그것도 제 마음대로가 아니어서
순명을 살겠다고 서원한 삶이기에
그리 그리 기쁘게 살아보고자
애를 쓰는 시간들도 많습니다.

참 많이 추워졌습니다.
그러나
한겨울에 입을 옷은 남겨 놓은 채
이겨보고 있습니다.
마음 움직이는대로 하자 하면서도
극기라는 것의 이름을 달아봅니다.

로사 자매님~
참 고맙습니다.
자매님의 글을 받을 때마다
함께 조순해 지는 마음이고
저의 삶에 힘이 가는 글들이기에
그렇습니다.

요즘 머리 양옆으로 흰머리가
아주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 접어들면서
느끼는 마음도 조금 다릅니다.
나이가 듦은 은혜로운 일이라고들 하던데...
좀 더 책임감과 너그러운 마음을
소지한 삶일 때 은혜롭다고 할 수
있겠지만요.
그리 되도록 힘써야겠지요.

잘 지내시고요.
마음 뿌듯한 날들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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