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1
가느다란 갈대들
무리지어서 발 담그고 있다.
얼마나 그리 서 있었을까!
해는 뉘엿거리고 바람은 부는데
시린 발 동동거리니
물살 일어서 정강이까지 차오른다.
"오매, 발 시려!"
지난 가을볕에 바래고 바래서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
질끈 동여맨 채
서로 서로 기댄 어깨 너머로 고개 내밀고
얼어버린 제 발등 굽어 보다가
마침내
징징징울어댄다.
ㅡ바람 불어 추운 가을 오후, 오송지에서ㅡ
풍경2
저수지 둘레 외길,
가을빛에 점점이 발갛게 익은 사람들,
하나씩 둘씩 걸어간다.
어느새 산 그림자 내려와
붉게 타는 나무들 끌어안고
물 속으로 들어 간다.
길게 뻗은 외길도 물 밑으로 빠지고,
빠져버린 그 길 따라서
사람들이 거꾸로 서서 걸어 간다.
에둘러 잘도 걸어들 간다.
빛 그림자 덮여 어둑한 길을 서둘러서 간다.
an ro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