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데레사가 초대하는 기도여정 - 2 -
자비의 기도 / 김진학
주님
나는 당신을
만유위에 사랑하고
찬미하고 의지하고
흠숭합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찬미하지 않고
의지하지 않고
흠숭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주님
당신이 맞으신 채찍만 생각하면
당신의 가시관만 생각하면
당신의 십자가만 생각하면
당신의 오상만 생각하면
나는 사랑받을 자격도 없습니다
당신이 매를 맞으실 때
나는 술을 마셨고
당신이 가시관을 쓰실 때
나는 배불리 먹었고
당신이 십자가를 지실 때
나는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다녔고
당신이 못 박히실 때
나는 잠을 잤습니다
오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이 무심한 죄인을 용서하소서
당신의 거룩한 성심의 성혈로
이 불쌍한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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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가 초대하는 기도여정 - 2 -
1) 구송기도
구송기도라는 말은 말 그대로 입으로 읊으며 드리는 기도를 말한다.
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일정한 기도문을 만들어
기회를 될 때마다 그 기도문을 읋으며 드리도록 하는 기도는
모두 이 기도에 속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드리는 대표적인
구송기도로는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식사기도’ ‘묵주기도’
‘성무일도’ 등이 있으며 넓은 범주에서 본다면 ‘미사’ 때 드리는 기도
또한 구송기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성녀 데레사(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잘 드린 구송기도야 말로 수준높은
기도가 될뿐더러 영혼을 높은 관상의 경지까지 인도해주는
최상의 기도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성녀는 각 사람이 지닌 기질, 교육정도에
따라 구송기도가 더 맞는 사람, 정신기도가 더 맞는 사람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각자의 기질, 영혼의 색깔에 따라 더 잘 맞는
기도방법을 활용해서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갖도록 권했다.
즉 기도에 있어서 포인트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 사랑의 만남을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보다 더 잘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녀는 무학문맹이라고 하더라도 구송기도를 통해 관상의 경지에
도달한 상당히 영성적이 수녀의 경우를 들어 이 점을 강조해서 가르쳤다.
이런 차원에서 성녀는 ‘완덕의 길’을 통해 ‘주님의 기도’를 잘 드릴 것을
권하면서 작품의 후반부 전체를 이 기도에 대한 해설에 할애했다.
그만큼 성녀는 구송기도가 지닌 가치를 높이 샀다.
성녀 데레사가 말하는 구송기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기도와 함께
짝이 되어서 자주 드리는 ‘정신기도’라는 말을 제대로 알아 들어야 한다.
성녀가 여러 작품에서 기도에 대해 말할 때는 단순히 기도라고 하지 않고
무엇보다 ‘정신기도’라고 했다. 성녀 데레사가 살던 16세기 영성가들
사이에서 기도는 통상 ‘정신기도’라고 불렀으며 이는 당시 영성학계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주제였다. 정신기도란 입으로 드리는 구송기도에 상반되는
인간 영혼의 능력(지성, 기억, 의지)를 활용하여 기도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영성가들 중에는 구송기도를 폄하하여 정신기도만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반대로 정신기도는 영혼을 악마의 꾐에
빠지게 하는 지름길이라하여 금지시키고 구송기도만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로 신앙생활에서 형식적인 것들을 배격하던 개신교도들을
비롯한 에라스무스주의 추종자들, 거둠기도를 실헌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정신기도만을 강조했으며, 신자들이 이단에 빠질 것을 두려워한
당시 신학자들은 고급기도로 간주된 정신기도르 금하고 단순한 구송기도만을
하도록 권장했다.
반면에 각각의 기도가 내포한 가치를 발견하고 두 가기
기도형태 모두를 장려한 균형잡힌 영성가들도 적기 않았는데 이들은 당대뿐
아니라 후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영성가들이었다.
성녀 데레사는 이 세 번째 그룹에 속했다. 성녀는 정신기도를 위험하다고 본
편협한 신학자들을 거술러서 정신기도를 옹호하고 권장하였으며 구송기도를
시골촌부나 아낙네가 하는 기도 정도롤 평가 절하했던 일부 극단적인
영성가들을 거술러 구송기도가 지닌 깊은 관상적 차원을 옹호했고, 특히
정신기도를 어려워하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완덕의 길’에서 ‘주님의 기도’를
설명하면서 어떻게 구송기도를 잘 드릴 수 있는지 가르다.
무엇보다 성녀는 구송기도를 함에 있어서 기도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의식하도록 주문했다.
“이 기도를 할 때 맨 처음에 할 것은 성호와 양심성찰,
그리고 죄의 고백이라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아는 바입니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여러분의 짝을 가지는 일입니다. 짝이라면 여러분이
바치려는 기도를 가르쳐 주신 바로 그 스승님보다 좋은 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분을 여러분 곁에 모시고 그분이 얼마나 큰 사랑과 겸손을 가지고
여러분을 가르치고 계신지 그려보십시오.
그리고 한사코 그분 곁을 떠나지 않도록 해 보십시오.” (완덕의 길 26,1)
다시 말해 성녀는 기도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늘 염두에 둬야할 중요한
요소로 대화 상대자인 하느님의 현존을 가슴 깊이 새기도록 권장했다.
성녀는 이것이야 말로 기도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서 기도의 효과는
얼마나 하느님을 기도 안에 현존 시키고 거기에 머무는 가에 달렸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성녀는 주님 곁에 머물되, 그분과 함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가르쳤다. 성녀는 여기서 무엇보다도 ‘주님을 바라보는 자세’를 핵심
으로 꼽았다.
“하느님만 꼴똘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성을 갖고 숱한 추리를
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거창하고 아리송한 명상을 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느님을 보고만 있으라는 것입니다…. 밖의 것에서 눈을 떼어
몇 번이나 당신께 눈길을 돌리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우리가 할 일은 오직 당신께 눈길을 돌리는 것뿐…. (완덕의 길 26,3)
성녀는 이러한 근본적인 자세는 견지하는 가운데 구송기도를 드리되
묵상을 하도록 권했다. 이는 곧 구송기도와 정신기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부분으로 결국 성녀는 구송기도의 정신기도화를 지향했다고 할 수 있다.
“정신기도와 구송기도의 구별이 입을 다물고 안 다물고 있는데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입으로 외우면서 그 말씀을 다 알아듣고 하느님과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 그것이 곧 정신기도이면서 구송기도인
것입니다.” (완덕의 길 22, 1)
그래서 성녀는 ‘완덕의 길’에서 구송기도를 정신기도와 함께 묶어서 가르쳤다.
따라서 엄격하게 구송기도만을 따로 떼어서 설명하기보다는 정신기도의 틀
내에서 구송기도를 함께 소개했다고 볼 수 있다. (완덕의 길 22, 32)
성녀 데레사가 초대하는 기도여정(윤주현 베베딕도 신부) p96-100(기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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