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스크랩] 박용재ㅡ사랑하는 아들

rosary 2015. 1. 20. 07:06

사랑하는 아들 용재 필립보!
어제 오후엔 그리 따뜻하던 날씨가 오늘은 바람이 참 매섭고 칼칼하구나.
수료식후 너희들과 함께 활발히 지내도록 도우심이었나 보다.
아들 어제 널 남기고 오면서 많은 감정과 생각 사이에 별말없이 세시간여를 달려왔다.
새벽에 출발하려던 것이 눈이 올거라는 예보에
30일 오후 서두르는 아빠 때문에 준비도 못하고 가게 되었어.
사실은 다른 준비는 못해도 맛있게 익은 배추김치, 돌산갓김치는 꼭 가져가 먹이려 했거든.
우리 김치를 얼마나 맛있게 먹을텐데...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레지오 회합을 아빠덕에 결석하는 것도 널 만나는데 장애가 되진 않았어.
그렇게 출발하여 숙소를 차안에서 찾던 중 문막의 베니키아 아라미스호텔이 깔끔하고
조식까지 하면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여 인터넷예약으로 1박을 하게 됐어.
참 깨끗하고 푸근하고 따뜻한 밤이었다.
누나가 널 만나는데 한 선물 마련해 고마웠지.
아마 다음날에는 널 만나리라는 기대가 있어서 기쁜 설렘의 밤이었던 것 같다.
엄마 마음으론 너도 데려다가 이 안온한 느낌을 함께 맛보았음 참 좋을텐데 하며 아쉬었어.
아침에 일어나보니 밖에 눈이 내려있어 서둘러 식사한 후 출발했는데

조심조심 가던 길이 엉뚱한 길로 가고 말았네.
수료식후 미사 하겠다고 백호성당을 찍고 간 게 어느 골프장으로 들어가게해서 많이 당황했지.
다시 제주본가를 찍고 부대에 당도했지만 예상한 것보다는 한산하고 늦지않아 감사했다.
실내에 마련된 수료식장, 자리를 잡고앉아 창밖에 눈내리는 풍경을 보며
잠시 감상에 젖는 순간 군악대의 음악에 이어 똑같은 제복의 너희가 들어서니 네 모습 찾기에
바쁘다가 낯익은 얼굴 바로 발견하고 네 이름을 연호하니 아빠가 제지하더구나.
그러나 아빠도 이미 '박용재 화이팅'을 외친 터, 엄마를 말릴 순 없었지.
식순에 따라 간단히 식은 진행되고 네들이 부른 어머님 은혜 노랜 정말 잊지못할 감동이었어.
그리고 어떤 훈장보다 값진 이등병계급장을 아빠가 네 어깨와 가슴에 달아주며 안았을 때
두 남자의 볼을 타고 흐르는건 분명 눈물이었지.

부자가 서로 그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나누는지 엄마는 잘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행사를 끝내고 성당에 가 수료식미사를 하게 되었지.

몇가족이나 왔을까 했는데 그야말로 오롯한 가족미사를 하게 돼 기뻤다.
앞서 말했듯이 수료미사이기도 하지만 한해의 끝에 송년미사이기에 더 감사했어.
어쩜 하느님은 우리를 이렇게도 사랑하시는지!
미사후 병원에 들러 뷔페식당에 갔고 네 의견을 따라 메가박스에서 국제시장을 보며

끈끈한 가족애가 우리 가슴을 더 뜨겁게 했지.
시기적절한 영화도 고마왔다.
찜질방에 가서 목욕을 하자하니 날마다 잘 씻었노라 안가겠다해 사진관에 들러 사진만 뽑고서
치악산쪽으로 차를 돌려 여기 저기 다니다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제주 본가로 향했지.
그때에 이미 네 얼굴은 서운함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저녁도 잘 먹지 못하니 맘이 안좋았어.
사랑하는 아들아.부대로 향하는 차안에서도 여기저기 휴대폰을 눌러 안부전화를 하며
맘 바빠하는 너를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내려놓아야 했을땐 부대규정이 너무 야속했다.
그 울타리가 그렇게도 두껍고 멀고 높은지!
그렇게 널 그곳에 떨어뜨리고 헛헛한 마음에 말을 잃은 채

이미 칠흙처럼 어두운 길을 서둘러 돌아왔다.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어디쯤에선지 눈발이 내리고 전주에 닿았을 땐 이미 눈이 쌓여 있었어.
우리 성당의 송년미사는 시간이 이미 늦었고 조배도 쉬기로 하고 그냥 집으로 들어왔지.
그 이후로 왜 자꾸만 눈물이 나려 한다.
조금 잊었는가 했는데 널 보고나니 또 그렇네.
우리만이 아니라 건강한 아들을 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겪는 일이지만
내 일이 되고보니 정말 실감이 된다.
이제 자대 배치가 되면 전화가 보다 자유롭다고 하니 이제 그 부분에선 한결 맘 편하구나.
그런 중에도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주님께 또 널 봉헌하며 기도한다.
우리의 보호자이신 주님!
사랑하는 우리 필립보 맘안에서 늘 활동하시어 기쁨과 감사로 매일을 살도록 도우소서,아멘!!



출처 : 천주교 36사단 백호성당
글쓴이 : 용재mam anros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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