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년'이라는 어렵고 입에 선 낯말이 요즘 자주 튀어 나온다.누가 묻지도 않는데 제 스스로 "나 요즘 갱년기인가 봐" 하며 자랑처럼 말하고 있다.아마 내 푸석하고 지친 모습을 미리 해명하며 이해 해달라는 건지 모를 일이다.얼마전까지 가까운 이들이 힘들어하며 하소연하는 것을 보면서 남의 일처럼 걱정없이 지냈는데이제 내가 이런 지경에 다다르니 가는 세월을 당해내야 하는데는 별 수가 없는가 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늘 피로감이 들어 공연히 짜증이 난다.운동 부족인가 해서 부지런히 산에 다녀오니,다리가 끊어지듯이 아프고,몇일 동안은 근육통에 시달리며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다,계절적으로 여름이 닥쳐서 그런가 하며 시원하게 지내어 봐도 민하게 잠만 와서꼭 여름날 병든 닭처럼,쏟아지는 하품에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무력감인가 해서 집안을 치우고 청소에 이불빨래를 하며 부지런을 피워보지만하루도 지나지 않아 어질러진 모습,다시 치우려 하니 불쑥 짜증이 인다.주방을 보고,빈 냉장고를 보아도,궁색한 식탁을 봐도,추스릴 의욕이 나지 않고식구들의 입맛만을 탓하며 사는 내가 힘들다,
그렇게 바보처럼 시간을 보내고 오랜동안 병 아닌 병중이라고 고달파하다가남편의 다그침에 떠밀려 병원에 가 검사를 해보니영낙없이 졸지에 환자가 되고 만다.'갑상선 기능 항진증' 그러면 그렇지 갱년기 증상이 그렇게 심할리가 있는가,금방 맛사지 하고난 얼굴처럼 온 몸이 늘 촉촉하다.어찌보면 호사라고 할 지 몰라도 얼굴 촉촉한 것과 전신이 촉촉한 것은 느낌이 다르다.조금이라도 걸을라치면 금새 땀 범벅이 되어 힘들고그냥 편안한 상태에서도 젖은 느낌이 들어 수시로 목덜미와 팔꿈치 안쪽을 손수건으로 빡빡 닦아보지만 그 촉촉함은 사라지지 않더니 그것이 병증이었나 보다.또 피로감은 말해 무엇하나.그렇게 좋아하던 미사시간의 내적 평화와 일치감은 간 곳이 없고 그 시간에도 금방 쓰러질 듯 하는,그래서 집중하지 못하는 내 육신의 노예인 영적 상태가 정말 괴롭다.썩어 없어질 몸의 고단함에 은총이 가리워져서 허덕이는 내 모습,참 안타깝기가 말할 수 없다.
사람의 일이란 어찌 그리 간사한 것일까.
조금만 불편해도 참지 못하고
조금만 아파도 그 아픔을 벗어버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도 참 진득하지 못한 사람이구나 싶다. 병원에서 처방해준대로 열심히 약을 먹으니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거짓말처럼 피로감은 깨끗이 사라졌다 .양약의 빠른 효험을 체험하면서그 효험을 명약이라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어쨋든 의사는 다시 검사를 해보고 치료가 잘 되어간다고 흐뭇해한다.이제 세번 먹던 약을 하루 한번으로 줄였고 조만간에 그 약도 끊을 눈치다.
그동안에 여름은 저만치 물러가고이제 가을 바람이 창문 밖에서 사근거린다.아쉽게도 매미 소리는 가을 기운에 묻혀버렸으니 그 매미 울음을 배경으로 내 병증도 함께 실어 떠나가는 여름,나도 작은 아쉬움을 말해야 할까나.....서운함에 작은 눈물이라도 몇 방울 마련해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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