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의 방

수줍음과의 겨루기(광주 콘서트 후기)

rosary 2022. 3. 31. 09:39

(22,3,27 포그니 카페에 쓴 글)

미리 준비해놓은 포그니 복장을 걸어두고

소풍앞둔 아이처럼 밤새도록 내리는 비로 맘졸인다.

몇시간이나 잤을까 금새 새벽잠은 밀려나고 지역방을 보니 다들 이름표를 주문했나보다.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 너무 무성의한듯 해 부지런히 이름표를 만들고 보니 초라하다.

오늘을 기다린것처럼 빈센트 그림이 책상에 놓여있어 함께 끼어넣으니 좀 낫다.

서둘러 아침을 차리고 미사에 가려는데 남편은 코로나기운이 느껴진다며 성당에 안가겠다 한다.

왠지 불안한 감이 드는데 어쩌랴.

서둘러 집에 와서 포그니 의상을 이거저거 챙기는데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 적당히 좀 하란다.

좋은 마음 망치지 않으려고 광주 다녀와서 말하려했는데 너무 지나치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놀란 게 눈 감추듯 잔뜩 주눅이 든다.

늦게 가수에 빠진 엄마 위한답시고 묻지도 않고 불쑥 티켓 2장을 딸아이가 구입해 놓은터

남편과 동행해야 하는데 분위가 심상치 않으니 이를 어쩌나.

이럴때는 아무 말 하지않는게 수,

부랴부랴 대추 생강차 끓이고 과일좀 싸고 점심도 일러 먹거리를 간단히 챙겨 나선다.

1시간 30분 동안 침묵이 무거워 우리 가수님 노래를 틀어도 겹으로 무거운 마스크 아래 아무 반응이 없으니

아이고 참 광주는 또 왜 이리 멀고도 먼지~ㅠㅠ

네비 가르침대로 현장 입구를 들어서니 12시 40분 이른 시간인데도 주황 물결이 보인다.

광장에 우선 풍선을 여러개씩 들고 있는 무리,

한눈에 우리 포그니 스텝분들인가 했는데 주차할때 보니 그 풍선들고 다들 차편으로 이동한다.

부콘때 문제가 되어 사용치 말자던 의견을 들었는데 아마 그냥 가져가는 모양이다.

우선 남편 달래기용 대추생강차와 과일 내놓고 난 먼저 나간다.

마침 포그니 복장의 젊은이를 만나 함께 가며 용기로 먼저 말을 붙인다.

쑥스러운듯한 대답과 웃음~ 이럴 때는 또 나이든게 유리한가?

그렇게 당도한 광장, 응원봉이며 마스크 등 갖가지 도구를 파는 분들의 수레가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주황색 물결 속으로 들어서니

아, 마스크와 야광팔찌, '그니 곁에 포그니' 플카 등 여러 도구를 나누어준다.

이름표 만들어 올릴 때 양파 광주님 반갑게 인사하자던데, 바보같이 나이만 자랑 삼더니,

아침에 '당신 나이가 몇살인가!' 하고 면박주던 남편 생각이 났는지 누구에게도 인사 한마디 못하고

'마스크 두개 주세요' 이 외마디만 남기고 무안한 듯 총총히 공연장 로비로 들어서고 만다.

이제 1시, 성미 급한 이들 몇은 벌써 서성이며 줄을 선 듯 한데 한쪽편 의자에 앉아 받은 물품을 들여다본다.

초등학교 이래로 어디서나 내 앞을 가로막은 수줍음은 여기서도 여지없다.

나름 앞에 나서 진행하고 가르치고 할 수 있다 해도 그 본성 어디 가겠는가!

만들어 온 이름표는 걸지도 않았다.

또 콘서트때 전해줄 요량으로 몇일전 구입한 책과 함께 주겠다 쓴 오늘 새벽 편지는 말해 무엇하겠나.

온갖 정성 다해서 포장까지 해두었는데 남편 눈치 보느라 책장 깊숙이 감춰놓고 오지 않았나~ㅠㅠ

생각을 좀 정리하고 있자니 곁에 있는 분이 혼자서 야광봉을 들고 있다.

그때는 또 무슨 용기, 샀느냐 니까 친절히 가격까지 말해줘 나도 다시 나가 구입했다.

그리저리 시간은 가고 남편도 마스크까지 받아 위에 쓰고 들어오는데 웃음이 절로난다.

풀어졌다는 이야기~

세상에 없는 다정한 이가 저기 오는데~

우리 그니님과 꼭 닮은, 착하고 거룩하기까지 한 인성에 배려에 몸매에,마라톤까지~

그래, 우리 아는 세상에서는 누구보다 날 사랑하기에 그는 저기 저렇게 오고 있지 않은가!

공연장 입성~ 거의 다 주황 물결이다.

거금들여 샀다는 자리를 찾으니 으앙, 멀고도 멀다. 일부러 8구역 R석 샀다더니~

팬카페에서 구입했으면 차라리 나았겠네 싶지만 앞자리보단 맘놓고 즐길수는 있겠고

정중앙이어서 카메라와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겠다 싶다.

노래가 시작되고 나는 옆자리 남편도 의식않고 어둠을 방패삼아 야광봉과 플카를 계속 흔들어대며

입을 막을 손이 없어 나오는 소리 흘려가며 공연을 즐겼다.

특히 울 가수님 노래 때는 플카와 야광봉 잡은 손은 연신 눈물까지 훔쳐내느라 너무 고생했다.

다행히 뒤에는 빈자리여서 나는 손 높이 들고 플카를 흔들며 가수님을 응원했다.

가수님 나를 보았을까? '여러분 팔 아프시죠 '

그만 내리라한다. 이런 감사와 배려가 담겨있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손가~!

모든 가수들 눈물 글썽이며 열창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무대가 이 공연이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우리 가수님 노래하는 모습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무대다.

노래를, 또 사람(팬)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 수 있는 거룩함조차 느껴지는 그런 모습~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마지막 무대 인사를 하고 불은 켜지고~

나는 먼저 나가 차를 빼고 기다리고 있다는 남편은 아랑곳없이 끝까지 즐기다가

기어이 다시 들어온 독촉자를 따라 귀가길에 들어섰다.

(집에 와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를 건네본 결과 당연히 음성으로 나옴은

훌륭한 대건안드레아에게 끼어든 광콘 방해 유혹자의 소행이였음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