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의 발자취를 따라 12박 13일의 먼 여정으로 그리스 터키를 다녀왔다.
성서안의 사도들의 뒤를 이어 우리 송천동 식구들이 그 길을 더듬으며,그분들의 숨결을 느끼고,
함께 예수님의 제자로 시대를 뛰어넘어 그분들과의 어울림속에 머물다 돌아온 것이다.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나무가 있으며 화산석의 돌무덤이 있으며,비옥한 땅과 척박한 땅이 공존하는 그곳,
우리는 햇빛과 싸우며,시간과 겨루고 무거운 짐 꾸리기에 쫓기고,
맞지않는 음식 문화에 당황해하며 그 시절 그분들의 여정을 들여다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들에 비하면 행복하고 편안한 여행이었음을 잘 알기에,
다소간의 투정섞인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하루하루 지내고 왔다.
열흘이 넘을 때에는 다소 지친 감이 있었고,집이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28명의 인원이 하나로,신부님 수녀님과 함께 하는 모습은
하느님 보시기에,또 초대교회의 사도들이 보기에 얼마나 아름다웠을 것인가.
이천년을 넘나들며 그 시대를 느껴보려는 몸짓들을 참 반가와했을 것이다.
터키,갑바도키아 산 등성이를 타고 올라가 만들어진 괴뢰메의 여러 굴속의 교회들,
또 땅속 깊이 지하로 들어가 공동체를 꾸미고 지냈던 데린구유의 선조들의 흔적들.
콘야, 파묵깔레의 하얀 석회석의 언덕길과 그 위편에 자리한 고대 도시인 히에라 폴리스(신성한 도시),
에페소의 요한 기념 교회와 성모님의 집,아르테미스 신과 그 많은 多神들과의 대적 속에서
유일 신앙을 고수하며 전파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을 보며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새삼 느낄수가 있었다.
특히 산 속에 위치한 아담한 성모님의 집에서는 성모님의 생활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마당을 쓸고 오솔길을 거닐며 나무와 새와 산 짐승들에게 다정했을 그분의 모습,
또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모습으로 교회의 구심점이 되었을까,
많은 생각속에 집의 벽들을 쓰다듬어보고 모퉁이도 돌아보고,
성모님께 전하는 편지도 오롯한 마음과 함께 걸어 놓았다.
트로이 유적지를 보고,예수꽃의 그 도발적인 붉은 빛깔을 감탄하며
상징적인 목마를 타 올라 잠시 신화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했다.
배를 타고 아시아를 건너 유럽대륙의 터키땅(3%)으로 가는 동안 뱃전위에서 성령 율동으로 주님을 찬미하였다.
사제성화 구일 기도 마지막날, 모두 하나되어 파도의 리듬을 타고 다함께 춤추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신학자에 손색없는 터키 가이드와 헤어지며 무슨 사정으로 이 먼 타국의 생활을 할까 하는
안스럽고 찡한 마음을 달래며 그리스를 향해가는데 다리 한가운데에 경비하고 있는 군인들이 국경임을 알려준다.
국경을 넘어 터키와 다름없는 똑같은 색깔 지붕의 집들, 같은 꽃들,같은 올리브 나무밭,
같은 풍경을 지닌 그리스로 넘어가니 바오로 사도의 다른 열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립비,바오로의 감옥과 매맞은 장소에서 안타까움을 새삼 느끼고,리디아 여인의 세례 장소에서 미사를 했다.
키 큰 나무들이 우거져있고, 평지인듯한데도 커다란 물줄기가 시원스런 소리를 내며 힘차게 흐르는 것을 보니
아직도 그 당시의 성령이 살아 있는 듯 감동이 물결쳐 왔다.
미사중에 하늘을 우러러 보니 큰 나무사이로 성광의 빛살이 퍼져 나오고 있어 크신 주님께 경배했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한 여인의 믿음을 우리는 현장속에서 마음안에 생동감으로 느끼며,
우리도 그 열정을 본받으리라는 각오가 저절로 우러나왔다.
까발라의 네아 폴리스(`신 도시`라는 뜻이며 필립비 지역이 필립보 2세의 이름을 딴 지명이라는 것도 알게됨)의
바오로 도착 기념성당,바오로 사도가 첫발을 딛었다는 돌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항구의 이국밤 풍경을 구경하고 산언덕위의 노천극장에서 연극도 눈요기했다.
데살로니카를 지나 메테오라의 수도원을 방문하였다.
전 생을 다하고 지금까지도 그곳에 남아 정갈하게 모여 있는 수도자들의 정신과 영혼의 집(두개골)을 바라보며
`경외`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감정속으로 빨려들었다.
델피와 고린토를 거쳐 밤에 크루즈에 몸을 싣고 크레타 섬으로 갔다.
바다 위의 호텔,새로운 경험이었다.
크레타에서 크노소스 궁을 둘러보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앞에서 그의 자유에 대한 의지가
오늘 우리 신앙인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한번 되생각했으며,
알카디 수도원에서 수사님과 사진을 찍는 행운도 누렸다.
모처럼 시내에서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가족을 생각하면서 선물을 마련하였다.
우리 일정중 가장 아름답다는 산토리니에 도착하여 절묘한 조화로움의 풍경을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바닷물에 들어가 물장난을 치며 서양인들의 눈요기가 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일몰과 야경을 구경하고,말똥을 밟으며 구수한 냄새를 즐기며
집과 집으로 이어진 골목을 더듬어 오르기도 했으며,
정종잔만한 잔속의 그 알싸하고 찐득한 커피맛은 잊을 수 없는 하루밤 추억으로 남았다.
그동안 바오로 사도의 전도 여행중의 일정을 따르던 중에 새로운 일탈이었다.
아테네 공항에서 다시 터키로 가 블루 모스크와 소피아 성당을 견주어 방문하였고,
오스만 제국 그 큰 위용의 톱카피궁을 들렀는데
그곳에서 다윗의 칼,모세의 지팡이,세례자 요한의 손뼈 등을 볼 수 있었다.
종교와 문화의 혼재를,국력과 세월의 덧없음도 느낄 수 있었다.
순례를 하는 동안 일행중 타본당 신자 한분이 대상포진에 걸려 큰 고통을 겪었는데,
성령기도 일원들이 마음을 모아 눈물로 기도하고,끝까지 함께 일정을 마쳤던 은총의 체험도 주셨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성서안의 지명이 살아 내안에 담겨졌으며,사도들이 걸었던 길을 더듬어서
어렵고 애매하고 어렴풋하던 요한 묵시록도 일곱 교회에 대한 편지 안에 나타난 칭찬과 책망이
어떤 바탕으로 이루어졌는지 잘 알게 됨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또 밤마다 좋은 방이 배정된 곳을 방문하여 신앙의 기쁨을 한껏 나누고,
밤바다의 그 깊은 모랫길을 걸으며 파도소리에 취해보기도 했으며,
갑판위에서 무릎을 맞대고 놀이도 하고,저마다 잊지못할 추억들을 보따리 지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고단함과 함께 기쁨의 단잠을 이루었다.
이 모든 일정을 아무런 부족함없이, 어려움없이 함께 해 주신 우리 주님께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Spirits Of Nature Nirvana Elbosco & 빈소년합창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