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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더디고 어려운 발걸음으로 가을이 다가왔다. 그리도 무덥던 여름이 자리를 내어주어 이제 청명한 하늘이 가을이라 한다. 많은 날을 지내오는 동안 시공의 개념을 확실히 배워, 이제는 있어야 할 때,있어야 할 곳을 잘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에 더하여 지금 어느 지점에 서있는지 바라볼 수 있는 감사한 눈도 생겼다. 살아온 세월로 따지자면 어느 사이 나는 봄과 여름을 살아내었다. 막 돋아난 새싹,새순처럼 고물고물 보기도 아까운 시절이 있었고, 한참 물오른 나뭇잎처럼 반짝이며 윤기나던 시절도 있었으며, 짙은 녹음의 청청한 빛깔로 강한 볕과 맞서며 힘을 발산 하던 시절도 막 살아내어서는, 이제 조금은 여유로운 눈길과 따뜻한 시선을 마련하려 하니 가을 볕이 등허리를 감싸고 있음이로다. 사람이 한평생 사는 것이 어려서는 그리 길어만 보이더니, 지금에 와서 보니 한걸음에 내달아서 벌써 반허리를 넘겨 서 있다. 그동안 살아온 길을 돌아 보자니 굽이 굽이 아까운 시절들이로세. 콧수건 가슴에 달고 엄마손 붙들고 학교 교문 들어선 길, 동네 밖을 벗어나 제법 친구를 알고 제들끼리 모여 고민도 했던 중학 시절, 꿈 한번 펼쳐보겠다고 도읍지로 유학와서는 달큰한 좌절도 맛보았지만 나름으로 더 빛나는 여고생의 꿈도 많이 키웠는데, 노력한 댓가에 턱없어 대학에 가서는 한참은 짙은 고통을 배우며 방황도 했더니, 때늦은 인연을 만나 짝을 이루고 사랑도 말하며 가정을 꾸며 알토란같은 자식들도 낳았고, 그놈들 많이도 자라 외려 제 키를 넘어서니 이제는 그들 그늘 아래서 깃을 친 새려니 하고 보면 아! 탄식처럼 가을이 다가와 어느 사이에 온기를 아쉬워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 머지않아 겨울을 맞이하며 새로운 감회와 더 큰 아쉬움을 말할 터이니 나는 지금 이 시절에 알록 달록 색스런 단풍을 마련하여 더 없이 아름다운 가을을 활활 살아내어야겠다. -an ro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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