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신 봄날을 기대했더니 어쩐 일이란가. 우리 설레는 마음을 짐짓 눌러서, 어른스러운 점잖음을 잃지 않으라함일까 우리들 눈가에 주름을 염려해서일까, 해는 모습을 감추고, 바람도 제법 차가운 그런 날인데, 그 무슨 장애이더란 말인가. 우리는 그 유명했던 동성국민학교 21기 인것을... 아마 4학년 때 부터였을까. 고얀 녀석들, 남녀가 밤중에 모여서 반월리로 하장리로 성근리로 궁월리로 이 동네 저 동네 놀러 다녔던 기억이며, 재종이네 탱자밭 모퉁이 가시 울타리 너머로 까르르 부서지는 웃음 넘치는 밤을 새우기도 했고, 일자네 작은 뒷방 대나무 평상위에서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놀던 기억도 있으며, 우리집 아랫채에서 여자 아이들끼리 서로 서로 이제 막 돋아난 가슴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여가며 벽장속에서 숨은 잠도 잤으며 그렇게 이슥한 밤이면 서로들 모여서 재미나게 지냈던 우리들인데 궂은 날이면 어떻단 말인가. 외려 함께 모여서 놀기에는 이런 날이 더 제격 아니던가. 전주에서 모임이 있음에 당연히 전주권 친구들이 먼저 당도해야 할 텐데 바쁜 체 하느라 오전을 부산하게 보내고 남편 도움으로 전주 성자와 함께 약속장소에 닿으니 서울 친구들 몇과 선생님들 와 계시네. 최종근 선생님은 근래에 한 번 뵌 일이 있고 송석주 선생님은 옛모습 그대로 여전하여 알아 뵙겠는데 김진갑 선생님은 길에서 뵈면 잘 못 알아볼 듯 하니 그동안 좀 편찮으셨노라 하시네. 그러고 보니 지난 날 선생님께 어린 맘에 살갑지 못하게 군 것이 죄송할 따름이었지. 삼년이나 정들었던 선생님을 보내고,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께 공연히 정을 주지 않으려 했던 고전적인 소녀짓이었음을.... 아직 도착하지 못한 친구들을 기다리며 선생님들과 우리는 서로 세월 가늠하느라 소란스러웠네. 그 누가 무정한 세월이라 했던가.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일이 스스로 대견할 뿐,무정함은 우리 앞에 그저 무색한 이름이었지. 선생님 앞에서 흰 머리를 자랑할 수 없어 처음으로 검정물을 들인 머리, 그러고 보니 나도 제법 젊어 보이네. 다들 그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을 터, 우리는 진정 초등 어린 시절로 돌아가지만, 선생님들께선 나이 먹어 만나게 된 제자들 앞에서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멋적으신 듯, 그분들 표정에서 지울 수 없는 세월의 격조함을 보았네. 모두가 우리 탓일세. 가까이에 계신 그분들을 진즉에 모시고 우리 함께 어른 되어 감을 보여 주었더라면... 아쉬었지만 우리도 사느라 바빴음이라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 키워 내느라 열심히 살았음이라고 이해해 주시겠지. 이것 저것 먹을 것이 나오고,친구들 하나 둘 들어서니 우리는 즐거움으로 배가 부르네. 회장단에서 준비한 선생님께 대한 선물과 옛 회장단에 대한 감사패가 증정되고, 숙자가 정성껏 마련해 온 꽃다발이 선생님들 가슴에서 눈부신데 이곳 전주 친구들은 아무런 것도 준비하지 못했음에 부끄러웠다네. 그리해도 쓰리 k 경근이 있어서 그가 정으로 담아온 뽕주와 머루주로 우리 혀는 달큰하고 숙자가 그야말로 싱싱한 수박과 딸기를 가져왔으니 그 붉음과 신선함은 어디에 비할까. 모두가 깊은 속정을 담아서 가져와 우리는 행복한 오후 시간을 보내었다네. 선생님들의 노래로 여흥은 시작되어 분위기는 한껏 좋은데 얼마나 지났을까,살짝 빠져주시려는 센스를 지닌 우리 선생님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 속에 배웅해 드렸고 우리끼리의 오붓한 정을 쌓아가며 즐거운 중에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돌아가야할 길이 먼 친구들, 하나씩 둘씩 온 모습대로 그렇게 떠나가고 우리만 덩그러니 남았네. 그 서운함이란.... 우리도 헤어질 밖에... 우리끼리 또 한판 벌일까 했지만 먼저 간 친구들에 대한 예의?상 그냥 그렇게 헤어져야 했다네. 언제 우리가 이런 기분을 맛볼 것인가. 어떤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회가 불륜으로 이어진다는 걱정들을 하기도 하더마는 우리가 어디가서 이렇게 순수한 만남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잠깐의 일탈을 즐기면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삶안에서 묻혀버린 추억을 꺼내어 따뜻함을 입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음에 행복했다네. 어른의 동심을 우리는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다시 알 수 있었던 참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다음에는 다들 참석하여 그 소중함을 찾아가라 하는 바이니 정든 친구들이여, 그대 모두들 기억하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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