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어머니!오늘 당신의 자녀들이 모여 그동안 한해를 돌아보면서
당신 앞에 잔치를 벌여 서로 친목을 쌓아가는 밤입니다.
전례력으로 이미 한해가 시작되어저희는 새로 태어나실 구세주를 기다리며
이제 막 대림 2주를 살고 있는 참입니다.
어머니,만삭의 몸보다 더 힘겹고 불안한 마음으로
출산의 날을 기다리고 계신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있다 해도,잉태를 알리던 가브리엘 천사의 도움이 있다 해도,
또 곁에 있는 남편이 든든하다 해도,수태고지의 순간부터 시작된 고민은 점점 극에 달해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저희들의 이 대림의 시기는 기쁨의 시기입니다.
믿는 이들은 회개와 새 마음으로 임마누엘을 고대하고 있으며,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까지도 '성탄절'이란 이름으로 거룩함을 입에 올리며
서로에게 기쁨과 사랑을 전하고자 기다리는 때이니
온 세상에 구원의 소식은 능히 전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어머니!
당신의 희생과 순명으로 세상 모든 이들의 구원이 가능해졌으니 참 감사 드립니다.
어느 누가 자기를 그렇게 버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사령관으로 모시고 당신 닮아 살아가자 하지만
저희에게 희생이란 단어는 그저 어렵기만 합니다.
겸손과 순명이란 말도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 같습니다.
물론 당신을 따르겠다고 선서를 하고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지요.
그러나 기도로서 당신의 도우심을 청하지 못해서인지 맘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주어지는 직분을 현실적인 상황때문에 번번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또 얼마나 무관심하게 살던 저희입니까!
서로 이야기 한번 나누지 않으면서 사람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얼마나 많던지요.
그러면서 세상에 나가 사랑을 나누다니 어찌 가당한 일입니까?
나와 유사한 이들만 가리어 어울리다 보니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들만 가득합니다.
때로 활동을 하면서, 아니 우리 공동체 안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가려 하지 않습니다.
한 사도는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 때문에 날마다 죽노라 했습니다.
또 한 성인은 모욕을 당할 때 참 기쁨을 얻었노라고 했지요.
범속한 저희들이야 그리는 되지 못하더라도
아들을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내어주고 참고 견디신 당신의 군단원들이라는데
이처럼 우리는 대접만 받으려 했으니 겸손의 옷을 언제쯤 입어 보겠습니까!
어머니,
오늘 한해를 돌아보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저희 허물을 거룩한 제대앞에 내려놓고자 합니다.
한해 동안 불편했던 마음, 서운했던 마음, 아쉬웠던 마음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자기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깨끗이 씻어버리게 해 주십시오.
이 친목의 밤을 계기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마음으로 서로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다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면서 그 설레임으로, 그 기쁨으로 충만한 한해를 살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다음 이 자리에는 당신께 이러저러한 선물 꾸러미를 정성스레 안고 와 봉헌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진정 당신이 사랑을 낳아 주셨음에저희도 그 사랑에 힘입어 당신을 닮아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어머니, 간절히 청하오니 여기 사랑하는 당신의 자녀들에게 은총과 축복을 가득 전구해 주시고,
더불어 저희가 당신의 겸손과 순명을 나날이 배워서,
그 배움을 생생한 삶으로 살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아멘!
이천 십년 십이월 칠일 연차 총 친목회 밤에 안 로사 올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을 타는 여자 (0) | 2011.10.25 |
|---|---|
| 사순 특강 내용(정태현 갈리스도 신부님) (0) | 2011.04.25 |
| 처음처럼 (0) | 2010.06.30 |
| 어머니 (0) | 2010.05.11 |
| 주님 공현 축일을 지내며 (0) | 2010.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