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새터민 가정 체험기

rosary 2012. 2. 17. 15:51

 

새터민 가정 체험기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새터민 가정 체험 봉사자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본당에서 공지하고, 반모임에서도 신청자를 물색하던 것을 모른 척 했던 참인데,

남편의 그런 일방적 통보에 적지않이 당황하게 되었다.

당신이 어떻게 할 거냐며, ‘일 때문에 못 한단다고 아내 핑계를 대보라 했지만,

그의 성품을 잘 아는 나로서는 이미 그른 일임을 알고 있었다.

아마 그도 사목회장님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 승낙했을 텐데~

그렇게 여러 날 맘 편하지 않던 터지만, 막상 D-day에 오전 업무를 끝내고

전동 성당으로 향하는 내 발길은 서둘러졌다.

성당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한옥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는데, 남편이나 그들이나 서로 얼마나 불편할까.

경기전 모퉁이를 들어서니 두 여성들과 안드레아씨 모습이 보인다.

남남 북녀라더니 한 여성은 빼어난 미모를 지녔는데, 다소 긴장한 모습에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또 한 사람은 작달막한 키에 수더분한 인상으로 수줍지만 환한 미소를 보인다.

미리 받은 인쇄물을 통하여 유의 사항을 숙지한 터, 남문 시장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물건 고르기를 어려워 하는 탓에 한 곳에 다양한 상품이 있는 쇼핑 공간으로 이동했다.

대형(L, E ) 마트에서는 지급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하여 아마 다른 가족들도 그곳에 많이 온 모양이다.

서로들 눈인사를 하며 매장을 돌아다녔지만 막상 물건들을 잘 고르지 못한다.

한분은 미리 구매할 물건들과 예상 가격대를 적어와 쉽게 선택하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몇 바퀴나 돌았을까, 평소 나와 함께 쇼핑하기를 너무 힘들어하는 안드레아씨는 아예 묵주를 꺼내들고

한쪽에 서있다. 화를 낼 수도 없는 난처하고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에 속으로 웃음이 난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니 처음 경계의 눈빛은 사라지고,

저녁을 먹는 동안 이런저런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한 동포의 정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시내 구경을 하고 집 근처 L마트에 들러 제일 먹고 싶은 게 무어냐 하니까 송편이라 한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이런 저런 신상 이야기와 탈북과정의 어려움과

중국에서의 힘들었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게 했다.

얼마나 힘들고 긴 하루였을까. 가족들과의 생이별에 연민의 정이 절로 든다.

조금이라도 맛난 것을 먹이고 싶어 새벽에 일어나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했지만 잘 먹지 못하는 눈치다.

출근을 했다가 작은 선물과 카드를 마련해서 헐레벌떡 집에 와 함께 전동 성당에 집결하였다.

노래와 약간의 여흥을 즐기며 감사의 인사를 눈물로 나누면서 정을 표현하는 그들은

화통하고 활발한 여성들로, 바로 우리의 언니 동생이며 딸이었다.

포옹속에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며 서로 뜨거운 동포애를 발견하는 순간, 그들의 앞날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간의 탈북자에 대한 시선이 사랑으로 변화됨을 깨달았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임에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당신 사랑을 드러내라며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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