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공동체의 기도

rosary 2022. 3. 22. 11:19

공동체의 기도 (미사 참례의 기쁨)                  (21년 8월호 송천 월보에 올린 글)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2219)

 

제대를 바라봅니다.

감실을 향하여 제가 왔노라 아뢰고 있자니 제단 오른편에 길게 걸린 말씀이 보입니다.

2021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특별히 강조하려는 의도인지 빨간색으로 쓰여진

'기억하여'란 네 글자가 불현듯 가슴에 박힙니다.

시선을 돌려 제대 뒤쪽 십자가 예수님을 올려다 봅니다.

긴장감으로 십자가에 바짝 계시던 예수님, 어느 사이 팔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더 꺾고 아래로 내려와 계십니다.

이제 앞뒤로 흔들리기까지 하십니다.

사실 처음 부활상을 떼고 십자가상을 모셨을 때 제대 위의 불을 켜면 벽에 생기는 그림자로 분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난방이나 에어컨을 켜면 십자가가 공기순환에 의해 흔들리는 것 때문에도 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림자 안에서 예수님은 더 처연하게 몸을 내리시어 우리가 더 깊이 묵상하게 하심을 알았습니다. 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의 흔들리는 신앙생활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시련과 바람에도 얼마나 많이 흔들렸던 나였던가!

하고 깨닫게 하고 맘 붙잡아 주심을 느낍니다.

 

사제와 신자들의 계응으로 조용하던 성전이 활력을 찾습니다.

말씀이 선포되고 성찬례가 거행됩니다. 주님의 기도를 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지금 이 시대에 일어나는 수많은 어려움을 생각하며

지구촌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로 겪어나가는 위기 상황을 기도해봅니다.

코로나 백신도 맞고 레지오 및 제 단체 모임도 하게 되어 조금은 안심하던 차

오히려 더 큰 어려움으로 치달아 성전을 찾던 발걸음들이 또 주춤거리게 되었습니다.

아예 신자 생활을 잊고 사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온 인류의 아픔을 아파하시는 십자가의 예수님을 다시 한번 올려다보며 행렬을 따라 제대 앞으로 나아갑니다.

절정의 시간, 드디어 감실 속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뵙게 됩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시던 말씀이 실현되는 순간입니다.

오늘 내게 다시 오신 예수님께 의지하여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감격스런 순간,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시며 토닥여주시는 손길을 느낍니다. 눈물이 솟아오릅니다.

정화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어렴풋이 느끼며 파견의 인사와 함께 마지막 강복을 받습니다.

 

미사 후에 잠시 성전에 남아 조배를 합니다.

어느새 벽에 드리워졌던 예수님은 다시 십자가로 올라가 처음처럼 제자리에 계십니다.

이제 살아나가야 합니다.

가정, 구역, 직장 안에서 크게는 나라와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발길을 옮겨나가야 합니다.

나 혼자가 아닌 삼위의 도우심으로 힘을 낼 것입니다.

 

'야곱아 돌아서서 슬기를 붙잡고 그 슬기의 불빛을 향하여 나아가라.

네 영광을 남에게 넘겨주지 말고 네 특권을 다른 민족에게 넘겨주지 마라.

이스라엘아 우리는 행복하구나.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우리가 알고 있다' (바룩 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