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래된 책속의 기억

rosary 2022. 4. 12. 17:04

 

 

봄을 맞아서 책장을 정리하며 오래된 책 중 한권을 집어 

색의 냄새를 눈으로 맡으며 지나간 세월을 가늠해본다.

한참을 좋아했던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요절이라고 해야 하나 그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아프게 읽었던 글들,

그때 나도 덩달아 우울한 시절을 살아가던 청춘이었음을~

책을 사게 되면 으례껏 뒷장에 

그 책을 만나던 시간과 정서를 기록해 놓던 버릇이

수십년이 흐른 오늘에 다시 보고 있으려니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이 조금은 떠오른다.

그 깊은 갈피에 책보다도 더 노랗게 바랜 스크랩 하나,

한때는 민족 신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던 모 일간지에

신춘 문예인지 장원이라고 써있는 시가 끼어있다.

그들은 얼마나 오랜 동안 꿈꾸어 왔을까.

고작 시집 한권을 세상에 던져놓고 세상을 떠난 그 시인,

또 다른 어떤 이도 불면의 밤에 습작노트를 접고 접어서 

신문 한 귀퉁이에 자기 이름 석자 올리고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에 더해 나는 또 그걸 잘라서 소중한 보물처럼 넣어놓고 

한번 두번 꺼내 보며 맘에 담았을 터인데

그도 까맣게 잊고 살아 세월이 참 무상히도 흘렀다.

그래도 나는 지난 시간을 스스로 토닥이며

감사로 추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누구라도 세월이 그를 키우고 가르쳐서 어른이 되는 바,

나도 지난 날 격동의 감정들로 부단히 치받히며 

상처들을 어르고 달래며 싸매가느라 고단했지만 

살아온 날 수가 많은 만큼

기쁨도 더러더러 많았노라고 회상하며

이제 그 노랗게 뜬 내 풍기는 책갈피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 앉은 누이처럼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