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주일을 끝으로 나는 코로나에 붙들려 일주일동안 격리를 하게 되어 힘들게 방콕 생활을 했다.
당연히 부활 8부 축제는 남의 잔치가 되었고 하루도 빠지지 않던 매일 미사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잠시,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엉망이 된 블로그 정리를 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처음에는 읽을 것도 많고 이책 저책 머리맡에 두었지만, 그도 잠시 답답함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얼마전부터 다시 시작된 블로그 작업을 하게 되었다.
2007년에 시작하여 제법 많이 모아둔 글들이 엉망이 되어 아예 글쓰기를 포기하고
폰의 메모장이나 카카오 스토리등 이곳저곳에 낙서처럼 흩뿌려대던 불성실함이 내내 불편했었다.
Daum 블로그의 애로가 잡초처럼 곳곳에 스며있어서 어디부터 손대어야 할지 난감함속에도
하나하나 풀뽑기 하듯 하니 그나마 정리가 조금씩 되어가서 감사함으로 마무리가 얼마쯤은 된 듯하다.
사람의 마음은 참 묘한 것이 아무리 어려운 지경에 빠지더라도 맘 편하도록 숨쉴 구멍은 생긴다는 것을 또 느끼게 된다.
좋이 말하면 긍정이고 어찌보면 나 편하자고 찾아내는 합리적 피난이라고도 여겨진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좋은 부활 축제기간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나 하고 나태의 지난 사순생활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환자같은 시간을 보내다가 적응이 되고 나중에는 그래 하느님께서 이 일을 차분히 하라고 시간을 주셨구나 하고 외려 감사하다는 생각에까지 비약하게 된다.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린 것도 아니다.
그렇게 격리기간이 지나고(사실 엄밀히 말하면 오늘임) 나는 자비주일인 어제 저녁미사에 극구 참여하게 되었다.
딸아이는 그런 나를 못마땅해하더니 그래도 뒤따라와서 성당 구석자리에 앉은 날 찾아 곁에 앉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주남 사랑에 의한 자비가 아니라 내 강요에 의한 자비를 입고 주일미사를 거르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엠마오를 가자고 해 약속을 잡고 입맛 없을텐데 맛있는 것도 사먹자 하여 나바위 성지에 가게 되었다.
엠마오라 함은 성경 복음에 나오는 말로 예수님이 허탈하게 십자가에서 돌아가시자 실망한 제자 둘이서 자신들의 고향인 엠마오로 가던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열심히 사도로 살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처럼 이 시대에도 교회안에서 신자들이 부활주일을 지내고 주된 삶의 터를 잠깐 떠나 충전의 시간을 갖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느끼면서 기쁘게 돌아오는 것을 엠마오 다녀온다고 말하기도 한다.
평소에 나와 그 친구는 자주 성지를 함께 방문하곤 했다. 고등학교 친구로 당시에는 잘 몰랐었지만 같은 성당을 다니며 동갑이라고 만나다 보니 같은 학교 출신임을 알게 되고 영적 지향이 비슷하여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모처럼 오게 된 나바위 성지는 너무 좋았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연둣빛 잎사귀를 반짝이며 우리를 손짓하는 느낌이 들어 어떤 안식처를 들어선 느낌이었다. 더구나 성모동산의 포근함과 넓은 잔디밭의 싱그러움, 또 고풍스러운 성당의 곳곳이
너무 평화로운 느낌을 주어 우리는 함께 기쁨의 순례를 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면서 다시한번 절절한 주님의 사랑을 돌아보며 나도 그 사랑의 삶을 조금은 살아내야지 하고 마음 다잡고 내려와 잠겨진 성당문을 아쉬워하며
그 곁에 앉아서 우리도 한 풍경이 되어 잠시동안 머물렀다.
조배를 못하는 아쉬움으로 앉아 있는데 방문객들이 두어명씩 성지를 수시로 들고 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아름다운 성당을 개방하여 기도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인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모동산에 초를 밝히며 이 세상 어두움속에 빛을 전구해 주십사 하는 맘을 봉헌하고 친구의 건강도 빌며 기도가 필요한 곳들을 떠올려보았다. 우선은 친구와 나눈 대화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 모두 기도였음을 깨닫는다.
세라피나 수녀이야기, 성당 신부님 건강 이야기, 우리들의 자녀들 이야기, 술랑회 친구들과 모임 이야기, 포그니 이야기,
두 성당 안에서의 5월 구역 월례회 나눔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렇게 오고가는 긴 시간동안 이야기는 이어졌고 맛난 거 사준다는데 딱히 떠오르는 건 없고 새콤달콤매콤한 회무침이나 한접시 생각난다니 브레이크 타임으로 식당마다 문이 닫히고 돌고 돌아 찾은 곳에서 돼지고기 짜글이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처음부터 얼큰한게 먹고 싶다는 내 말대로 딱 마주치게 해주신 분, 그분을 또 만나뵙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만큼 접어들어 가고 있는 걸까.
성당 곁으로 이어진 얕은 오르막 길위에 올라서서 내려다 보았을 때 길이 참 예뻤다
돌아보면 어느 길이 아름답지 않을까만 모퉁이 져서 길게 뻗은 길이 나무 사이로 은근하도록 정말 아름다웠다.
살면서 평탄하고 너른 길이야 쉬 가게 되지만 거기에는 혹 지루함이 끼어들어 재미없는 길로 느낄 수도 있지 싶다.
그러나 깔끄막진 길을 걸어 올라갈때는 더러 터덕거리고 숨도 가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다 오른 뒤에 그 몰아쉬는 숨끝에 얼마나 큰 후련함이 담겨져 있을까 생각하니 우리의 지금까지의 여정도 참 눈물나게 아름다울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나는 지금 하루를 돌아보며 이 글을 쓰는 동안에 그 친구는 그룹성서를 막 끝냈노라고 톡을 보내온다.
오늘 우리가 신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삶을 살았던가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세상 곳곳의 어려움들을 일일이 꼽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해, 죽음을 떠올리며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주님께서 합당하게 해주십사, 위로와 힘을 주십사 하고 간절히 청하면서
내일도 실제 삶의 현장안에서 어느 누구에게든지 아주 미미하게라도 사랑을 전하는 활동을 하리라고 맘 먹어본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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