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거기 섬이 있었네! (5월의 흑산도 홍도 여행)

rosary 2022. 5. 20. 13:53

흑산도 성당과 피정의 집

 

홍도

지난 15일에 지인 부부들과 함께 1박 2일로 흑산도 홍도 여행을 다녀왔다.

매번 한 형제님이 여행 프로그램을 짜고 각종 예약과 수고를 아끼지 않아서

나머지 우리는 편안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계획표 따라 아침일찍 출발해서 익산역에 다다랐고 ktx를 타고 목포에 닿았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 되어선지 목포에는 가볍게 베낭을 멘 여행족들이 엄청 믾았다.

시장한 터에 식당을 찾으니 인산인해라는 말이 이럴까,식당마다 자리가 없는데

다행히 손님이 막 빠져나간 자리에 밀고 들어가 앉아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미리 예약한 배표를 신분증과 같이 준비하고 흑산도행 배를 탔다.

배는 미끄러지듯 나가고 망망대해, 군데군데 보이는 섬들도 사라지고 

코발트색이라 할까 에메랄드 색이라 할까 예쁘고 맑은 빛깔의 바다를 보니

예전에 성지순례 때의 에게해 바다가 떠올랐다.

그때의 감동을 작은 메모로 담아와서 정리해둔 글이 있는데~

바닷가를 지나며 차창너머로 보는 느낌,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잔잔하던 앞 바다를 지나가고 안내에 의하면 먼 바다에 이르러 요동치는 물결에 배도 흔들리고

여기 저기 멀미하려는 사람들의 동요가 보이니 나도 불안해졌다.

부두에서 한 형님이 미리 멀미약을 챙겨주어 먹었는데 정작 본인이 먼저 멀미를 시작하여

곁에 앉은 나도 조금씩 속이 메스껍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가장자리에 있어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손을 주무르며 속을 달래보았다.

어느만큼 가니 멀리 흑산도가 보이고 내 속도 어지간히 진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약하고 변화무쌍한지 또 몸도 그에 따라간다는 걸 다시 절감한 순간이었다.

 

흑산도에 내려서 기다리던 숙소주인의 차량에 짐을 맡기고 우리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기사분이 비탈지고 구불구불한 섬길을 곡예하듯이 달리며

섬에 관해 해설을 맛깔스럽게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정약전의 유배생활 이야기와

유항검 복자의 어린 아들 유일석의 유배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참 아려왔다.

6살 먹은 유일석은 흑산도로 당시 아홉 살이던 유섬이는 거제도로 유배를 갔고

세 살이던 유일문은 신지도로 유배되었다 한다.

그 어린 아이들이 무슨 죄로 그런 형벌을 받아야 했는지, 그 잔인함에 먹먹했다.

기사의 설명을 듣다보니 정약전의 순교사에 자부심을 지닌 느낌이어서

혹시 세레받았냐 했더니 자신의 본명을 큰소리로 말하며 교인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듯 했다.

여기 저기서 몇 컷 사진도 찍고 주인을 따라 숙소에 도착해 이른 저녁을 먹었다.

성당 특전 미사가 7시 30분에 있다는데 적당히 숙성된 홍어 안주가 좋아서

남성들은 술을 마신 뒤 성당에 갈 밖에~

미리 탐사한 대로 언덕위에 위치한 성당으로 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다.

어둠이 막 드리워지는 바다는 더 색이 짙어지고 푸른 지붕의 집들도 옹기종기 정겨워 보였다.

성당 곁에는 관광호텔이 있었는데 성당 소유로 피정의 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다.

성전 안으로 들어서니 신자들이 제법 많았고 묵주기도를 하고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고 신부님은 외부 신자들이 반가우신지 강론을 흑산도 성지순례로 비견해서 하셨다.

다시한번 조선시대의 정약전 일가의 순교 역사와 또 전주에서 왔다 하니 유항검 일가와 유일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흑산도의 신앙역사와 선조들의 피로 이루어진 우리 카톨릭 순교사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세시간에 걸쳐 흑산도를 오다보면 멀미가 심한데

옛날에는 배편도 좋지 않았고 얼마나 고통이 심했겠냐며 죽음에 가까운 유배지 였다며

십자가를 지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며 흑산도 방문은 정말 좋은 성지순례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미사를 끝내고 별을 보며 숙소에 돌아와 남성들은 또 간단한 술자리를,

여성들은 이런 저런 담소 속에 늦게 만난 가수들의 팬심을 자랑하다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주일 아침 간단히 전복죽을 먹고 마른 해산물을 구입하고 홍도로 향했다.

홍도는 그리 멀지 않아서 배는 30분 정도 걸려 금방 도착하고 부둣가에서 호객하는 상인들에 에워싸였다.

그중 한 분을 따라 언덕길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짐을 맡겨 놓고 유람선을 타고서 

홍도 전체를 둘러보는데 서로 사진들을 찍느라 배위의 사람들은 뒤섞여서 정신이 없었다.

특히 남성들 10여명은 단체로 왔는지 계속 시야를 가리고 서서

춤을 추는 등 온갖 몸짓을 하는  바람에 너무 불편했다.

새삼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면서 물위에 솟아 있은 섬들을 눈에 담아 둔다.

배안에서 신선한 회를 몇점 맛보고 유람선의 관광도 끝이 나고 우리는 다시 목포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그런데 배가 예상보다 도착시간이 늦어져 선착장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뜀박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역애 가려는데 택시는 잡히지 않고 기차 시간은 다 되어가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요행히 택시를 탔는데 또 남성들이 오질 않아서 애가 탔다.

그나마 어찌 어찌 시간 안에 와서 기차를 타고 다시 익산에 도착하고 보니 급 피곤이 몰려 왔다.

빈첸시오 형제님이 익산으로 봉고를 가져와 우리는 저녁 식사후에 귀가하였다.

참 다양한 교통 수단을 이용하며 길고도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였다.